여백의 아름다움
전통적인 우리네 옛 서화에서는 흔히
"여백의 미"를 들고 있다.
이 여백의 미는
비록 서화에서만이 아니라
사람과 사람끼리 어울리는 인간관계에도
해당될 것이다.
무엇이든지 넘치도록 가득가득 채워야만
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에게는
이런 여백의 미가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.
그러나 한 걸음 물러나 두루 헤아려 보라.
좀 모자라고 아쉬운 이런 여백이 있기 때문에
우리 삶에 숨통이 트일 수 있지 않겠는가.
친구를 만나더라도 종일 치대고 나면,
만남의 신선한 기분은
어디론지 새어나가고
서로에게 피곤과 시들함만 남게 될 것이다.
전화를 붙들고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
우정의 밀도가 소멸된다는
사실도 기억해 두어야 한다.
바쁜 상대방을 붙들고 미주알 고주알
아까운 시간과 기운을 부질없이
탕진하고 있다면,
그것 은 이웃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고
자신의 삶을 무가치하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.
바람직한 인간관계에는
그립고 아쉬움이 받쳐 주어야 한다.
덜 채워진 그 여백으로 인해 보다 살뜰해질 수 있고,
그 관계는 항상 생동감이 감돌아
오랜 세월을 두고 지속될 수 있다.
법정 스님 글 중에서
겨울빛 호수