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♤ 친한 사이 ♤

ㆍ여울 2010. 9. 6. 09:44
♤ 친한 사이 ♤

세상에는 듣기 좋은 말이 많이 있지만
그 중에서도 나는 "친한사이"라는 말을 아주 좋아한다.
그 말에는 너무 진한 오렌지 향보다 없는 듯
은은히 혀끝을 감도는 바나나 향기가 날 것만 같다.
아니 그 말에는 무심코 걸어가다가 걸음을 멈추게 하는
찔레 향기나 코끝을 자극하는 치자꽃 향보다는
오래 가까이 있어야 비로소 향내를 알아차릴 수 있는
이름도 알 수 없는 풀꽃이나 난향같은 것인지 모른다.
"친한사이"라는 말에는 요란스럽지 않은
그윽하고 온화한 감동이 있어 좋은 것이다.
내가 한 친구를 가르켜 "친한사이"라고 말하면 이내 내 얼굴에는
만면의 웃음, 그것도 자애로운 웃음이 가득 퍼질 것이다.
그 웃음은 그냥 잠시 피었다가
꼭지가 떨어지는 그런 웃음이 아니다.
온몸에 배어 시간이 흘러도 사그라지지 않는
생명이 긴 그런 웃음인 것이다.
"친한사이"라는 말에는 피가 잘 통해서 대화가 막히는 법이 없고
오해도, 미움도 없어서 건강하고 그 표정이 밝다.
내가 누군가로부터 "친한사이"라는 소개를 들으면
그 말에는 적어도 내게 대한 믿음이 섞여 있는 말이다.
믿음이 없이는 "친한사이"는 있을 수 없으나 그렇다고
그 믿음은 무작정 어떤 말이든 신뢰하는 그런 믿음이 아니다.
그릇된 점이 보일때 가차없이 지적해 줄 수 있는
믿음이 있을 때 비로소 "친한사이"가 되는 것이다.
나는 그런 친구의 우정을 귀하게 받아들인다.
적당하게 칭찬만 해주는 친구는 이세상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.
그러나 진짜 우정은 사랑이 있는 충고를 해 줄 수 있는
친구일때 진실로 "친한사이"는 적어도 자주 만나야 된다.
어떤 시인이 "사랑할 때 가장 필요한 선물은 시간이다" 라고 말한 적이 있다.
사랑할 때 시간은 주지 않고 멀리서 좋은 선물만 준다고 할 때
그것처럼 안타까운 것은 없으리라.
결국 그 사랑은 허기져 죽게 될 것이 뻔하다
사랑은 한마디로 그리움, 같이 있고 싶음 그것이다.
"친한사이"는 바로 같이 있고 싶음을 최대한 누리는 그 사이일 것이다.
그러나 너무 서둘지 말라, 조금 멀리 있어도,
자주 만나지 않아도 누구보다 "친한사이" 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...!